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오후 열기로 했던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불과 한시간 앞두고 갑자기 취소했다. 회의 개최에 앞서 산업부는 ‘요금조정 지연 시, 에너지 공기업 재무악화 우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으나, 이 자료 역시 취소한다고 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지연될 경우 한국전력은 내년에 회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전력 공급망이 불안정해지고,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올해 13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담겨 있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행보는 지난 31일 정부·여당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을 잠정 보류한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애초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전기·가스요금 당정협의회’를 열어 4월1일부터 적용되는 요금 인상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복수의 요금 인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의 뒤 당정은 고물가 속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결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분기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모호한 답변만 남겼다. 의견 수렴을 더 하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정치 논리에 에너지 정책을 종속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올 초 난방비 폭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전임 정부가 무책임하게 에너지 요금 인상을 후임 정부에 떠넘겼다고 탓한 바 있다. 지금 정부 행태는 자신이 비판했던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향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가늠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정책 불확실성 또한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단계적 요금 현실화를 통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방향성이 앞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앞으로 당정은 에너지 공기업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정 자체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원가에 한참 밑도는 요금과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 부실화, 에너지 다소비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정치적 이유로 해야 할 결정을 미뤄선 안 된다. 한파와 폭염 사이 상대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2분기에 정책 결정을 머뭇거렸다가는 앞으로 요금 현실화로 가는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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