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세계 노동절 133주년 기념일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노조 때려잡기’에 온힘을 기울이는 현실에서 노동절을 맞는 심정이 씁쓸하다.
국민의힘이 2일 노동개혁특위를 띄운다는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노동약자 보호 내용도 담겨 있지만, 무게중심은 ‘노조의 불공정 채용 근절 및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조 옥죄기’에 더 맞춰져 있는 듯하다. 불공정 채용 근절이란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세습이라고 비난한 ‘노조 자녀 우선 채용’ 등을 담은 노조 규약을 법률 개정을 통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노동부는 금속노조 관계자들을 형사입건해 조사 중이다. 기아자동차 노사 단체협상에는 산재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명,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규약은 사문화한 상태로 단협 문구로만 남아 있고, 금속노조는 단협을 갱신하는 내년 1월에 관련 조항을 수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과잉대응이 우려된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주장하는 회계 투명성은 노조원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높여가야 할 과제이지, 정부가 개입해 처벌할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있는 국고 보조금의 경우 이미 회계가 공개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와의 정면충돌을 마다않는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인다. 금속노조는 노동개악을 중단하라며 5월 말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복지·노동 현장 종사자 초청 오찬에서 “노동 현장의 불법과 폭력을 뿌리 뽑고, 노동 약자를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건폭’ 등의 용어를 써가며 노동계를 악마화하고 이른바 엠지(MZ)노조와 갈라치기하는데 열중해 왔다. ‘고용세습’도 청년세대가 민감해 하는 공정채용 이슈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를 편가르기하려는 이런 방침은 정당하지도 않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로 추진했던 ‘주 69시간제’가 이른바 엠지노조의 반대로 제동 걸린 현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노동절의 기원이 된 1886년 5월 미국 총파업의 요구사항이 하루 8시간 노동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정부여당의 69시간제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 탄압을 중지하고 노사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노동개혁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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