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취임 1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여부가 불투명하다. 겨우 1주일 남았는데 대통령실은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며 간담회 등 다른 형식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깜짝 점심 간담회를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묻자 “여러분과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기자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에둘러 밝힌 것이다.
기자회견은 ‘자료 주고 잘난 척하는 행사’가 아니다. 지난 기자회견을 그렇게 했다면, 그 회견을 잘못 준비한 것이다.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는 전혀 다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전 각본 없이 국정 전반에 걸쳐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기자회견은 팽팽한 긴장 속에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자간담회는 성격상 가벼운 환담 위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굳이 외부에 공개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고도 기자회견 없이 ‘맥주나 한잔하며’ 간담회나 하는 게 국민 앞에 예의가 아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올해 초에도 신년사를 ‘나 홀로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틈만 나면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 가운데 취임 1년간 기자회견을 한번밖에 안 한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또 어느 나라가 있는지 알고 싶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이유도 ‘국민 소통 강화’라 했는데, ‘도어스테핑’은 중단하고 기자회견도 없고, 어떤 소통을 하겠다는 건가. 외국 언론 소통에만 활발하다. 순방 직전 해당국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것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윤 대통령만큼 빈번하진 않았다. 왜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통령 인터뷰를 영어로 봐야 하는가. 국내 언론 인터뷰는 지난 1월 <조선일보> 인터뷰가 유일했다.
대통령도 2일 “국민에게 모든 실상을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국무회의 생중계 등으로는 그렇게 안 된다. 가장 좋은 형식이 기자회견이다. 윤 대통령은 “회견이 될지, 간담회가 좋을지, 홍보수석 시키는 대로 해야지”라며 보좌진 뒤에 숨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들은 기자회견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국민 앞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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