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의 이중고가 소득 중하위 가구에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전례 없는 세수 부족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에만 집착해 경기침체기에 버팀목이 되어야 할 정부는 뒷짐 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중·하위 가구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상위 20% 가구(5분위)의 1분기 실질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12.4% 급증했다. 코로나19 방역조처가 완화되면서 상위 20% 가구의 항공권 구입 비용 증가 등 해외여행이 급증한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산층에 속하는 3분위 가구의 소비는 0.3%로 제자리걸음이고, 그 아래에 있는 2분위 소비는 3.8% 줄어들었다. 실질소득 감소로 지갑을 꽁꽁 닫은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소득 최하위 가구인 1분위(하위 20%)는 실질소득이 1.5% 줄었지만 실질소비는 8.6% 급증한 것이다. 입원비(42.9%) 등 보건 분야 지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식사비(22.5%)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가계수지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은 적자 가구 비중이 26.7%로 전년 동기 3.2%포인트 증가했다. 29일 국제금융협회의 세계부채 보고서를 봐도,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잔액은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더욱이 최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는 등 하반기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상저하고’ 전망만 꼭 붙든 채 꼼짝을 않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소득 격차에 따른 가구별 부담의 차이도 커지기 마련이다. 재정이 이를 조금이나마 보완하는 것이 어느 나라에서나 일반적이다.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저소득 계층에 돌아갈 재원이 줄어 취약계층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감세 정책과 건전재정 기조로 재정 운신 입·출구 양쪽을 다 좁혀놓았다. 정부는 “예산 집행관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기금에서 융통 가능한 재원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 한다. 결국 민생예산 감축, 예산불용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 예산지출 연기 및 연기금 활용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보여주기 위한 숫자놀음을 하겠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정부는 세수 결손 보전을 넘어 경기 후퇴에 대응해 정부 지출을 늘리는 쪽으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검토해야 한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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