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교육 해소 유일한 해답…모난 돌도 함께하는 세상

세상칼럼

by 거친악어 2023. 6. 10. 13:16

본문

728x90
SMALL


 


[왜냐면] 임지웅 | 전 서울 대치동 재수종합학원 팀장

한국은 학업성취 수준이 높은 국가 가운데 드물게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국가다. 과도한 사교육 참여와 비용 지출은 분명히 국가적 문제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입시 교육이 이뤄지고, 학부모와 학생은 학교 교육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의 필요성에 회의적 인식 또한 존재한다. 고액 과외, 인터넷 강의, 학원 등을 통한 사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당연히 고액 사교육은 부유한 가정의 몫이다. 가난한 학생들은 값비싼 학원비를 충당할 수 없으니 상류층 가정과 가난한 가정 간 교육 양극화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데 그치면 다행스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적에 따라 진학하는 대학의 ‘네임밸류’가 달라지고, 출신 대학은 취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출신 학교에 따라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경로, 인생의 성패도 달라진다. 그렇게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재생산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계급 대물림’의 통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요즘 학생의 대체적 특성은 ‘소극적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대입 제도의 특성에서 기인하는데, 수능은 개념과 유형 파악만 끝나면 기존 기출문제를 반복 훈련한다. 중·고교 수업 또한 대입 제도에 근거해 이뤄지니, 실상 수능이 끝날 때까지 학생은 스스로 탐색하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한정적 정보에만 접근하게 된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 수능 성적 또는 대학 합격뿐이니, 학생은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인생이 실패했다고 여긴다.

이러한 원리를 파악한 사교육 업계는 “유명 1타 강사, 콘텐츠 전문가와 명문대생 조교가 만든 고퀄리티 콘텐츠”로 학생과 학부모를 유혹한다. 대학 합격이 유일한 해방구라고 여기는 학생, 더 나은 대학을 위해서라면 억만금을 줘서라도 투자하려는 학부모, 반복 훈련이 유일한 해답인 수능이 만들어낸 기이한 현상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2018년부터 적용)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다. 문과, 이과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창의적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간을 육성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제도 개편을 수반하지 않아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이 벌어졌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니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는 그대로다.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정부 정책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 공교육 안에서 사교육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이었지만, 오히려 공교육이 사교육에 잠식당했다.

사실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교육’, ‘자발성을 회복하는 교육’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역린이 되어버린 대학입시를 건드리는 것이 두려워 경쟁 입시는 유지하고, 사교육과 공교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경쟁 입시 해소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정권조차 ‘수능 폐지’에 실패하고, 조국 사태 이후 되레 정시 비율을 40%로 높이며 대학 입시 제도 개혁에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정책이었던 ‘고교 학점제’를 관철할 뿐이었다.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그나마도 교육을 시장주의에 맡기며, 일제고사를 부활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의해 그간의 성공조차 빛이 바랠 우려가 있다.

수능이 끝나면 심심찮게 성적에 비관해 자살하는 수험생이 기사에 등장한다. 스스로 비극을 선택한 것인가? 전혀. 경쟁으로 인한 질식사다. 경쟁에서 탈락한 청소년을 가정, 사회, 학교에서 잉여 자원으로 취급한 결과물이다. 불안감과 경쟁심리로 사교육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현재의 고통스러운 경쟁사회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성장에서 행복으로의 가치관 변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포용하는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승자를 만드는 학습’에서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학습’, ‘다양한 사고가 인정받는 학습’으로의 전환을 위해 사회 전반의 정책과 입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던 아이들을 배척하고 무시하던 과거의 교육 풍습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포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탐구·이해하고, 하나의 문학 작품, 사회적 이슈, 철학적 논의를 두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수업의 변화, 사고의 깊이를 평가하는 형태로의 입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교육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자. ‘사교육 없는 세상’은 과연 꿈과 같은 공상에 불과한가?

 

 

<출처 : 한겨레>

 

 

 

#사설

#신문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시사

#칼럼

 


 

 

728x90
LIST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