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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일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대법관 후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다음달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자 제청이다. 대법관 후보들의 적격성 여부를 떠나 이번 임명제청은 사법부 독립에 커다란 흠결을 남겼고, 시대를 역행하는 인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법관 후보 제청을 앞두고 ‘특정 후보가 제청될 경우 임명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대통령실의 기류가 언론에 보도됐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을 각각 규정한 헌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임명 거부의 이유도 대통령의 뜻과 맞지 않는 이념 성향 등이라고 보도됐다. 대통령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을 배제시킴으로써 사법부를 길들이고 장악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대통령실이 거론한 특정 후보 2명은 임명제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통령실 의중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대법원이 이에 굴복함으로써 대통령실이 사법부를 찍어누른 모양새가 됐다. 사법부 독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셈이다.
이번 임명제청으로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도 퇴보하게 됐다. 제청 대상에서 제외된 특정 후보 2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결과적으로 여성 대법관의 후임에도 남성이 제청됐다.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여성은 4명뿐인데, 이번에 제청된 두 후보가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은 3명으로 줄어든다. 대법관 인선은 이른바 ‘서오남’, 즉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이라는 획일성이 지배해온 지 오래다. 지난 정부 때 이를 탈피하려는 모습이 일부 보였으나, 현 정부 들어 지난해 오석준 대법관 임명에 이어 이번에도 ‘서오남’으로의 회귀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 법관은 꾸준히 늘어 전체 비율이 30%를 넘어섰는데도 대법관 구성에서는 20% 후반에서 초반으로 후퇴할 판이다.
사법부 독립과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두 가치를 노골적으로 훼손한 이번 대법관 임명제청 과정은 앞으로 사법부가 입법·행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대통령 권력에 순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언론·집회의 자유 등 민주적 기본권에 대한 위협이 되살아나는 조짐 속에서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가 소임을 다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커진다. 이런 우려를 지우고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 길은 무엇인지 사법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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