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일부 위법 사례를 겨냥해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돼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위반되는 부분은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며 사실상 수사를 예고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이 최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태양광 지원 사업에 투입된 전력기금 12조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엄단’ 방침을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온 마당이라 대규모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4일 국무총리실에서 내놓은 전 정부 시절 태양광 지원사업 표본조사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총리실은 대선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에 걸쳐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2곳과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조사해 2600억원이 넘는 위법·부당지원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사업 대상의 5%를 조사해서 이 정도가 나왔으니 조사 범위를 넓히면 사례와 액수는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별 근거도 없이 ‘카르텔 비리’라고 단정한 것은 성급하고 지나친 비약이다. 앞서 대표적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운동권과 시민단체로 이어졌던 태양광사업 비리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고려하면 자칫 전 정권 사정의 또다른 소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경에 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태도도 매우 부적절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일을 기화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폐기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줄곧 “문 정부가 5년간 바보 짓을 했다”며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조해왔는데, 총리실 발표가 나오자마자 권 원내대표는 “보조금 따먹기로 전락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침소봉대가 또 있나 싶다.
원전은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이 낮고,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정책의 변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마침 이날 삼성전자가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가입을 선언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의 세금을 빼먹은 음습한 비리는 엄히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의 비리를 빌미 삼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 정책 자체를 과거로 돌리는 역주행은 없어야 한다.
<출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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