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새로 구성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중위) 2기 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과거에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지만 국민들이, 또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각종 정책과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의 새 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발언보다 산업계 논리가 앞선 대통령의 인식이 걱정스럽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당시 경영계가 반발하며 했던 이야기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 목표가 애초 유엔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너무 낮게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불가피하게 수정한 것임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중위를 대통령실 직속기구로 유지하긴 했지만 분과와 위원 수는 절반 규모로 대폭 줄었다. 새로 선임된 2기 탄중위 민간위원들 면면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나 노동자, 농민 등 여러 계층 대표자가 배제되고 과학기술계, 산업계, 기업에서 활동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정부 때 탈핵 정책을 거세게 비난했던 원전 관련 연구자와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자문했던 인물도 들어가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을 결정하는 기구인 만큼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탄중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15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어찌 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을 해야 된다”고 밝혔는데, 원전 확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탄중위도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올해 발전 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2조원이나 줄인 데서 보듯, 원전 확대 정책은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삼성전자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인 ‘아르이(RE)100’ 동참을 발표했지만, 정작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수급이 가능한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전에 치우친 탄소중립 방안이 정작 기업의 경쟁력도 해칠 수 있음을 탄중위와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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