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예금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채가 많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금이 은행권에 몰리면서 제2금융권의 유동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은행들은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후폭풍을 고려해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 경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최근 연 5%대까지 올랐다. 올해 초 2%대에서 3%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1.25%→3%)보다도 두배 가까이 가파른 속도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외에 은행 간 과도한 금리 경쟁이 가세한 결과다. 키움증권은 2005~2008년 기준금리 인상 때보다 기준금리 대비 정기예금 금리 수준이 1~1.5%포인트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자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은행권 정기예금 증가폭은 8월 21조원에서 10월에는 56조원으로 폭증했다.
예금금리 인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은 은행의 조달비용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 취급액)는 지난달 3.98%로, 이 공시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월간 상승폭(0.58%포인트) 역시 가장 컸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인데, 저축성 수신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그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은 7%대로 올랐다. 예금금리 인상은 예금을 할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대출이 많은 계층에게는 이자 부담을 늘린다. 지금처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를 안고 있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도 부담이 된다. 제2금융권이 자금을 조달하려면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얹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정부의 ‘면허’를 받아 이자 장사를 합법적으로 하는 만큼 공공 성격이 매우 강한 기관이다. 국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매우 크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거스를 수 없지만, 은행들이 지나친 수신 경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은행들이 이자이익 올리는 데 혈안이 되기보다는 대출금리 안정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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