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자택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여야 합의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 추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의 집회·시위 금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와 분리된 집무실을 서울 용산에 마련하면서 줄곧 논란이 돼왔다. 현행 집시법이 대통령 관저만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다는 무리한 확대 해석으로 집회·시위 금지 통고를 해왔다. 하지만 법원이 여러차례 제동을 걸면서 사실상 법적 논란은 끝난 상태다. 법원은 현행법상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은 물론이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 허용의 당위성을 옹호했다. 심지어 법을 고쳐 이를 금지할 경우 위헌 소지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법원이 2만명 규모의 집회를 허용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현재 실질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가능한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를 새로운 법으로 금지한다면 이는 시대를 역행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도 어긋나는 입법이다. 과거 청와대 앞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경찰의 금지 통고 행태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이런 법안에 합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 ‘심기 경호’ 외에는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 금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이나 이에 동조하는 민주당이나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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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합의한 배경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뒤 경남 양산 사저 주변에서 벌어진 극우단체들의 극렬한 집회·시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사저는 사적 공간인 만큼 주거의 평온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집회·시위의 절대적 금지 장소로 설정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와 충돌한다. 집회·시위를 원천 봉쇄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전직 대통령과 가족, 인근 주민의 안전과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더구나 이 문제를 헌법 가치와 직결된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 금지와 ‘주고받기’ 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원칙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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