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27일까지 정부와 노조가 대화 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철강과 시멘트 업종을 중심으로 물류 차질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돌파구는 대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운운하며 겁박으로 일관하는 것은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할 뿐이다. 28일 열리는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첫 교섭이 꽉 막힌 노-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한 이래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이 한 일이라고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되뇐 것 말고는 없었다. 국토부 장관부터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나서 ‘불법 엄단’만 외쳤다.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민노총을 해체해 세상을 살리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화물연대를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행태는 지난 6월 총파업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는 약속은 잠시 위기를 모면하려고 내놓은 허언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와의 합의 이후 5개월을 허송하다 파업이 임박한 시점에 뒤늦게 마련한 대책이 ‘개악안’이라는 점도, 정부와 여당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지난 23일 발의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안전운송원가’를 산정할 때 고려할 사항에서 인건비 항목을 삭제하는 등 안전운임제를 후퇴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화물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파업 첫날부터 꺼낸 업무개시명령은 법 조항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적법성과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제도다. 2004년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발동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명령이 발동될 경우 경찰력 투입과 형사처벌로 이어져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강경책을 접고 노조의 요구에 귀를 열어야 한다. 화물노동자들이 기름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안전운임제 개선을 위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머리를 맞대야 함은 물론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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