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설] 한일 관계 의식해 양금덕 할머니 서훈도 취소하나

사설

by 거친악어 2022. 12. 13. 06:39

본문

728x90
SMALL


 


근로정신대로 비행기 공장에 끌려간 국민학생 소녀는 낮에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밤에는 폭격을 피해 방공호에 숨어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17개월간 전투기를 만드는 강제 노역을 했지만, 약속했던 임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소녀는 여러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고향에 돌아왔다. 그는 1992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 정부와 강제동원 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인권 회복 투쟁을 계속했다. 일본에서 진행한 3개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2018년 11월29일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일본 쪽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은 끝났다며 판결 이행을 거부하자,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을 위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 회복 운동의 상징이 된 양금덕(92) 할머니의 사연이다.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할머니를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로 선정해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인권의 날인 9일 수상을 앞두고 지난 6일 열린 국무회의에 양 할머니 서훈 안건은 끝내 상정되지 않았다. “관련 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보류를 요청했다”는 외교부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일본을 의식한 ‘저자세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1일 양 할머니에게 시민들이 만든 ‘우리들의 인권상’을 수여했다. 정부 대신 시민들이 준 훈장인 셈이다.

 

이번 사태에는 한-일 관계 개선을 속도전처럼 밀어붙여온 윤석열 정부의 조급함이 엿보인다.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조하면서, 강제동원 문제를 마무리 짓고 연내 일본 방문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안보 위기와 국제질서 혼란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 강화 필요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가 30년 동안 정의와 권리 회복을 위해 분투해온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서훈마저 막아선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한-일 관계 개선은 여론의 동의는커녕 역풍만 부를 뿐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한-일 과거사 해법은 제쳐둔 채, 안보, 정치, 경제적 한-일 관계만 앞서나갈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처 : 한겨레>

 

 

 

 

 

 


#사설

#신문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시사

#칼럼

 

 

 

 

 

 

 


 

 

 

 

728x90
LIST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