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취임한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하는 논문을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해온 행적으로 이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대표적 사건들에 대해 진실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해놓고 해명 한마디 없이 진실화해위의 최고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실화해위의 핵심 업무가 뭔지 김 위원장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논문은 2020년 가을 발표됐다. 5·18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들이 사실상 확정된 이후다. 김 위원장은 논문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관총 사격에 대해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5·18 헬기 사격’은 이미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광주 현장 감정과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공식 조사를 통해 확인됐고, 2020년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판결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논문에서 이른바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여러차례 정부 차원의 조사를 거쳐 사실무근으로 결론 난 허위 주장이다.
아무리 개인 연구자 자격일지라도 정부와 사법부가 거듭 확인한 역사적 사실을 공공연히 부정한 것은 어떤 자리든 공직을 맡기에 대단히 부적절한 전력이다. 하물며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 등 국가폭력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을 통해 화해를 도모하는 기구의 책임자 자리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인사가 진실 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사건을 엄정하게 조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5·18 관련 단체들이 12일 성명을 내어 “진정한 과거사 규명을 위해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인사에 대한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이유도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논문과 관련해 “진실화해위는 5·18 사건을 다루지 않기에 관련 문제를 평가하거나 추가로 언급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위주의 통치 시절 국가폭력 사건들은 하나같이 국민을 적으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교묘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제라도 5·18에 대한 위원장으로서의 공식 견해와 함께, 이와 연계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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