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는 ‘잔인한 세금’이다. 부자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한 탓이다. 부유층은 인플레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물가가 비싸진 생활필수품 지출에 써야 하니 삶이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물가상승률을 제거한 실질임금도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하루 생계비 마련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겨레>가 고용노동부의 월간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시일용직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각각 2.8%, 3.1%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상용직 실질임금이 0.9%, 1.5% 줄어든 것에 견줘 감소폭이 각각 3.1배, 2.1배나 큰 것이다. 인플레 시대에 노동시장에서 불안정·저소득 취약계층인 임시일용직이 중·고소득자에 속하는 상용직에 비해 인플레 충격을 더 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최근 펴낸 ‘세계 임금보고서’에서 인플레 장기화로 인해 저소득층이 ‘생계비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 기구는 인플레가 모든 가구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충격은 저소득층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최저임금마저도 여러 나라에서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는데, 한국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 기구는 “인플레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지속하더라도 저소득층의 생계비 압력을 완화하는 재정정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최저임금의 적절한 인상, 단체협약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를 통한 임금 조정, 저소득층에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을 제안했다.
저소득층의 생계비 위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 기간 고물가가 이어지는데다 경기후퇴가 본격화하면서 명목임금 상승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부는 조만간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인데, 저소득층이 생계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국회도 종합부동산세·법인세 등 주로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보다는 인플레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짜내는 데 더 신경 쓰기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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