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불출마 압박이 이어지자, 공직을 포기하며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줄세우기’도 부적절하거니와, 중대한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자리를 취임 석달 만에 그만둔 나 전 의원의 처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의 갈등은 최근 나 전 의원이 밝힌 ‘출산 때 빚 탕감’ 대책을 놓고 표면화됐다. 지난 5일 나 전 의원이 검토 의사를 밝히자마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안상훈 사회수석이 직접 나서 “정부 기조와 다르다”며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하니, 대통령실은 곧바로 “부적절한 언행”,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내부적으로 조율하면 될 일을 공개적으로 면박한 셈인데 여기엔 대통령실의 못마땅해하는 기류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점찍은’ 후보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을 저지하기 위해 전당대회 규칙까지 토론 한번 없이 ‘당원 100% 투표’로 바꾸더니, 이제는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계가 일제히 나 전 의원을 원색 비난하면서 불출마를 압박한다. 윤 대통령의 의지대로 여당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대통령의 명백한 당무 개입이자 정당정치를 무력화하는 부적절한 행태다.
나 전 의원 역시 비판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최대 난제인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총괄하고 심의하는 곳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것이 그 중요성을 방증한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14일 부위원장으로 위촉됐는데, 석달도 되지 않아 개인 정치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당대표 출마 계획이 있었다면 애초 직을 맡지 않았어야 한다. 그동안 양손에 ‘공직’과 ‘대표 출마’를 놓고 정치적 득실을 저울질한 것 아닌가.
집권 여당의 비전과 혁신을 논의해야 할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민심·당심은커녕 ‘윤심’이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 대통령이 당을 좌지우지한 것과 근본적으로 유사한 모습이다. 이렇게 뽑힌 당대표가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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