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쏟아진 115년 만의 폭우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15일까지 전국에서 46명이 사망·실종·부상했다. 9000채 가까운 주택이 침수됐고, 2202세대 4963명이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구호시설에 머무는 중이다.
비구름은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 곳곳에 호우 예보가 이어져 피해는 더 불어날 수 있다. 천재지변의 막막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은 복구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서울 상도동 전통시장 인근 상가에서 흙탕물을 닦아내던 대학생은 숙소 예약까지 해둔 여행을 취소하고 친구들과 자원봉사에 나섰다.
서울 구룡마을의 무너진 집에서 토사를 퍼내던 이는 TV에서 심각한 피해 현장을 보고 달려왔다 했고, 산사태로 고립됐던 경기도 광주시 검복리에는 봉사단체의 밥차와 목욕차량이 출동해 이재민을 보살폈다. 광복절 연휴에도 전국에서 약 5000명이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더 많아질 수 있었던 인명 피해를 막아낸 것도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민들이었다. 지난 8일 밤 서울 신림동에선 주민 3명이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돌아다니며 반지하 주택을 일일이 살폈다.
물이 턱까지 차오른 집마다 창문을 깨고 갇혀 있던 이들을 다섯 명이나 구조했다. 같은 날 서울 구로구 아파트 주민들은 산사태로 흙더미가 덮쳐올 때 복도를 뛰어다니며 이웃집 벨을 눌러 대피시켰다. 내 몸을 건사하기도 힘든 순간에 이웃을 떠올리는 공동체 의식은 우리가 숱한 재난을 극복해온 동력이었다.
기후변화가 부른 재난 현장에서 어김없이 발휘된 시민정신이 이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재앙을 극복하는 힘이 돼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이상기후를 막으려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일회용품 사용 등 많은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 피해 현장으로 달려간 것처럼 많은 이들이 동참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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