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정했다. 6개월간 조직 혁신을 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김 회장이 현 정권 출범에 깊이 관여한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정경유착이 드러나 존폐의 갈림길에 섰던 전경련이 다시 정경유착으로 생존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전경련은 19일 “김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과 학식뿐 아니라 전경련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과도기적으로 맡아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진보·보수를 넘나든 노회한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했는가 하면, 2018~2019년에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전경련은 태생적으로 재벌 총수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돼 있다.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들이 회원인 것과 달리, 사단법인인 전경련은 주요 재벌·대기업 회장과 최고경영자들이 주 회원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어느 조직보다도 상속세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권과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의 후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한 게 드러나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는데, 이번 정부 들어 위상 회복을 노려왔다. 이게 여의치 않자 아예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벌과 권력 상층부 간의 은밀한 거래 관계인 정경유착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경유착 단절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정권과 가까운 정치인 출신을 영입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전경련은 그의 영입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김 회장도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한다. 김 회장이 평소 자유시장경제의 신봉자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전경련과 성향이 맞을 수도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있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전경련 수장을 맡는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근절에도, 전경련의 쇄신 작업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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