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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맹 희생 요구하며 ‘반도체 블랙홀’ 되려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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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친악어 2023. 3.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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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자국 안에 구축하려는 미국이 반도체 투자 보조금 지급 조건을 공개했다. 대규모 투자로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선 한국 기업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까다로운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반도체 투자 보조금 지급 조건은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무기 개발에 도움이 되는 반도체 기업에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일정 수준을 넘는 이익을 거두면 미국 정부가 일부를 환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지 심사하겠다는 조항은 사실상 기업의 영업기밀과 기술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등 ‘우려국’과 공동 연구 또는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하는 조건도 명시됐다. 10년간 중국 내 생산시설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게 하는 ‘가드레일’ 기준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두고, 시장의 40% 이상을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생사존망이 걸린 선택과 피해를 강요할 우려가 크다.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일본·대만 등을 묶어 ‘반도체 동맹’을 추진해왔다. 설계는 미국, 생산은 한국과 대만, 부품·소재는 일본이 주도하는 전세계 반도체 분업체계를 재편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지원금을 통해 한국·대만 기업들을 미국 내로 끌어들여 결국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통한 중산층 재건을 중요한 국내 정치 이슈로 부각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일에도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반도체 지원법 처리와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자랑하면서, “미국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고 자화자찬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대중국 패권 경쟁에서 더 큰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자국 산업과 노동자들만 우선시하는 보호주의적 태도로 계속 피해를 감수하도록 요구한다면 동맹의 결속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맹을 강조해온 미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를 진퇴양난의 곤혹 속으로 몰아가는 상황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분명하고 단호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에서 차별을 당했던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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