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으로 청년들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지원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들이 모여 소통·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주선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사업명으로 ‘서울팅’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아직 검토 단계여서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추진을 염두에 두고 의견 수렴을 벌이는 중이다.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서울시는 애초 결혼정보업체와 협약을 맺고 가입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적당한 업체를 찾기 쉽지 않아 진척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대책이 저출생 극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청년 정치인들은 “그럴 만한 인력과 예산이 있다면 다른 데 쓰라”고 충고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24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엠제트(MZ) 세대들이 결혼도 늦게 하고 애도 안 낳고 하는 게 서울시가 소개팅을 안 해줘서겠냐”며 “생활적인 여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국가는 연애할 시간이나 여유를 만들어주는 인프라를 조성해줘야지, (국가에) 중매쟁이 역할을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쪽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시행하고 있지 않느냐며 억울하다는 태도다. 하지만 청년 인구가 줄어 실제 만남의 기회 자체가 적은 일부 지자체와 서울시를 단순 비교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과거에도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음도 알지 못했던가.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하면서, ‘만사결통’(만사는 결혼에서 통한다)이라는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했다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반발을 샀다.
1천만 시민을 포괄하는 서울시의 인식이 저출생을 초래하는 본질적 문제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지금 젊은 남녀가 서로 만날 방법이 없어 결혼·출산을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일자리·주거 불안정 해소, 성평등한 사회 구조, 궁극적으로는 사회 양극화 문제 해소로 나아가야 청년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생 대책으로 싱가포르식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도 적극 주장해왔지만,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았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일회성 이벤트나 땜질식 처방이 아니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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