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보고서 발표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5일 전날 국제원자력기구의 종합보고서 발표에 대해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아이에이이에이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향후 일본 정부가 제시한 점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산물 안전 관리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변인 공식 브리핑도 아니고, 서면자료도 아니고, 개별 기자들에게 일일이 알리는 매우 소극적인 형태다. 보고서가 발표된 전날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식 입장을 낼 것이다. 대통령실이 대응할 일은 아니다”라며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변인 논평을 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과정에서 횟집 먹방에 수조물 먹방까지 마다하지 않는 여당의 행보는 눈물겨울 정도다. 보고서 발표 뒤에는 야권 반대 목소리를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정권 퇴진, 총선 전략이라는 목적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며 기세등등해했다.
이번 보고서는 일본 정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면서,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졌고 방사성 물질이 장기적으로 인체와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확인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한데도, 정부·여당은 지금껏 일본 정부에는 한마디 항의 소식도 들리지 않고 국내 반대 주장은 선동·괴담으로 몰아붙이면서 ‘안전’을 강조해왔다. 일본 정부가 할 일을 발 벗고 대신해줬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진행될 때까지 윤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국립대 사무국장 인선, 태양광 사업까지 만기친람으로 언급하는 윤 대통령이 정작 국민적 현안인 오염수 문제에만 아무런 말을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국민 85%가 반대하는 등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다.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오염수 문제를 한-일 관계 개선의 ‘지렛대’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일본 정부에도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압박하고, 방류 연기 등도 요구해야 한다. 더 이상 수조물 퍼먹는 여당 뒤에 숨지 말기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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