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95일째 되는 11일 유족들이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구속 수사하려는 것을 검찰 수뇌부가 제동 건 것에 항의하는 집회다. 앞서 <한국방송>(KBS)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검찰은 “정상적인 협의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에 착수한 지 5개월이 넘도록 김 청장을 기소조차 안 하는 상황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국방송> 보도와 검찰 해명을 종합하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은 지난 1월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기 전에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 수사팀도 김 청장 집무실을 두 차례나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구속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보다 김 청장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이 있고, 참사 위험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검은 ‘시간이 많이 지나 구속이 불필요하다’며 보완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수사팀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대검의 ‘보완’ 지시는 사실상 구속을 ‘반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청장 소환 조사 후 3개월 넘게 수사한 뒤 내린 결정인데 무엇을 또 보완하라는 말인가. 또 수사팀이 이에 지난달 말 김 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려 하자 이 또한 ‘보완’을 지시했다 하니, 도대체 검찰 수뇌부가 원하는 건 뭔가.
김 청장이 구속 기소되면 윗선인 윤희근 경찰청장도 형사 책임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첫 재판이 시작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 수뇌부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피하거나 최소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건 당연한다. 물론 형식적으로 대검과 일선 수사팀이 이견이 있을 때 협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검찰은 과거 ‘협의’를 가장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산 전례가 있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당시 주임검사가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고위간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 수사단까지 꾸리기도 했다. 검찰 수뇌부가 정권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먼저 ‘이태원 참사’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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