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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차기 이사장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심사에서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기관 성격에 맞춰 민주화운동 원로를 추대해왔다. 그런데 집권여당 상임고문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기념사업회는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민주화운동 기념과 정신 계승,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이런 취지에 따라 2001년 설립 이래 이사장은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운동에 족적이 뚜렷한 인사들이 맡아왔다. 오는 23일 임기 만료를 앞둔 지선 스님까지 역대 이사장 5명 중 정당에 몸을 담은 정치권 출신 인사는 없었다.
이 고문이 임명되면 ‘정치인 출신 첫 낙하산 이사장’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선례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까 우려된다. 이 고문이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5차례에 걸쳐 모두 10년6개월의 옥고를 치르는 등 민주화운동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94년 현 여당의 뿌리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한 뒤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며 특임장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등 정권 실세로 활동했다. 지금은 현실정치를 떠났다 하더라도 그는 원로 정치인일 뿐, 기념사업회 이사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기념사업회는 최근 정부·여당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6·10항쟁 기념식’을 보이콧하면서다. 기념사업회 후원을 받는 단체가 정권 퇴진 구호를 내건 사실을 문제 삼은 뒤 기념사업회가 이를 모두 취소하며 수습에 나섰음에도 불참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이 사안에 대해 이 고문은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편들었다. 13일 <뉴시스> 보도를 보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서 움직이는 단체인데, 정부와 원만하게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막무가내 횡포에는 눈감은 채 기념사업회를 향해서만 ‘코드 맞추기’를 주문한 것이다.
최근 방송에서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여당 상임고문이다. 임명된다면 기념사업회가 정부 산하기관쯤으로 격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정치인을 임명하는 것은 관례를 깨는 것이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것으로 두고두고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부디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길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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