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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3일 제4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요구안을 아직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대신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까지 발의해둔 상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결정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이런 요구를 해왔는데, 집권 여당의 기류를 지렛대 삼아 올해 유독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은 임금격차를 더 벌리고 또 다른 부작용만 초래할 우려가 큰데다, 경영계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한계에 봉착한 소상공인 대책’이 될 수도 없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제4조 1항)고 정하고 있지만, 실제 차등 적용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딱 한차례만 시행됐다. 섬유·식품 등을 만드는 경공업과 금속·기계 등 중화학공업의 최저임금 수준을 다르게 책정한 것이다. 그러나 낮은 액수를 적용한 부문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후로는 30년 넘게 이 같은 차등 적용이 이뤄진 적은 없다. 다른 나라에서 차등 적용을 하는 곳들이 일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산업별 협약 등을 전제로 특정 업종의 경우 더 높은 최저임금 수준을 허용하는 ‘상향식’ 차등 적용이다. 경영계 요구처럼 기존 최저임금보다 더 낮춰서 운용하는 식의 ‘하향식’ 차등 적용을 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를 만들어 오히려 구인난을 키울 수 있는데다, 차등화에 따른 행정 비용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무엇보다 경영계가 이를 영세 소상공인 대책으로 들고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폐업 기로에 선 한계기업의 문제는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취업자 대비 높은 자영업 비중에 따른 경쟁 심화,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 상권 축소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책 논의도 해마다 이뤄져왔다. 지금 필요한 논의는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어 깎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등 제도 바깥의 노동자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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