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중앙행정기관 정부혁신평가에서 기존의 ‘여성관리자 확대 성과’ 항목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내부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작은 제도 하나가 사라지는 데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여성,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궤변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자, 성평등 정책 전반의 퇴행을 예고하는 신호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겨레>가 11일 입수해 보도한 행정안전부의 ‘2022년 중앙행정기관 정부혁신평가 시행계획(안)’을 보면, 지난해 5점 배점으로 들어 있던 ‘여성관리자 확대 성과’ 항목이 빠졌다. 정부혁신평가는 우수기관에 대통령·국무총리 표창과 포상금 등을 주는 인센티브 성격도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관리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지난해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처음으로 두자릿수(10.0%)를 기록했고, 본부 과장급 비율은 2020년 22.8%에서 24.4%로 늘었다. ‘여성관리자 확대 성과’ 같은 제도들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이번 조처가 더디게나마 개선돼가던 정부 안팎의 성평등 관련 지표를 다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온갖 궤변과 꼼수, 사실 왜곡으로 일관했다. 이번 항목 삭제는 작은 일례일 뿐이다. 지난 10일에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지 않은 단체 대표들만 불러 간담회를 열면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독일식 모델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성평등 기구에 다른 기구의 관련 업무를 이관해 확대·강화한 독일 사례를 정반대로 왜곡한 것이다. 여가부는 지난해 유엔과 합의해 지난 8월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를 설립하고도 두달이 지난 11일에야 공개했다. 그러니 영국 <텔레그래프>가 ‘한국, 여성가족부 폐지하며 ‘여성 지우기’’라고 꼬집는 등 외신들도 잇따라 우리 정부의 행태를 조롱조로 비판하는 게 아니겠는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이날 여가부 폐지에 대해 “여가부의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성혐오 세력을 결집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다수 야당답게 적극적으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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