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당 기념일을 맞아 ‘전술핵 운용 부대 훈련’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술핵 위기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 부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대화의 문을 닫고, “최강의 핵 대응 태세를 더욱 백방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북한이 전술핵을 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데 이어 7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행동을 예고한 위험한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보름 동안 7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여러 지역에서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전술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려 한 것이다. 유사시 한국의 주요 공군비행장과 항구를 비롯해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국방부 등 주요 시설을 타격하고, 미국의 증원 전력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과시했다.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고 한국을 겨냥한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의 전술핵 과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과 맞물려 있으며, 북·중·러 밀착으로 한·미·일에 맞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도발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일본의 재무장,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북한의 경제 위기만 심화시킬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위험한 도발을 멈추기를 촉구한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을 현명하게 관리하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 국면을 조성하려는 장기 전략과 외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만을 되풀이할 뿐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현실성도 없고 안보 위기만 심화시킬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분명히 언급했던 기존 발언과는 결이 달라 우려스럽다. 정부는 안보 태세를 강화하면서도 대화로 출구를 만들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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