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올리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와 고물가 고착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보인다.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와 경제주체들은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부문 리스크(위험)가 증대되는 만큼 통화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가 최근 5개월간 5% 이상 고공 행진을 한 데 이어,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1400원대로 치솟은 뒤 내려갈 줄 모르는 상황을 금리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세계 금리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다음달 초 또다시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는 이번 한은의 인상 결정으로 0.7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줄었으나, 다시 1%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촉발 요인이 되는 만큼 한은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급등에는 한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추가 빅스텝을 묻는 질문에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을 예고했다. 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를 예상한 세력이 자금을 유출하는 한 요인이 됐으며, 이로 인해 채권시장의 일부 자금경색 현상마저 발생했다. 다행히 이번 금통위 결정에 대해서는 외환·채권시장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도 물가와 외환·채권시장 안정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되지만, 환율 급등이 부정적인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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