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이 이변 없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선출되며 169석 거대 야당의 사령탑에 올랐다. 대선 패배 이후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 성찰의 시간 대신 정치 전면에 뛰어들기를 택한 그는 이제 목표한 자리에 도달했다. 국회를 주도하는 제1당을 이끌면서 내후년 총선을 지휘하고 다음 대선을 노리게 됐다. 하지만 당대표에 올라선 과정은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직접 나서며 지방선거를 지휘했지만 참패했고, 곧바로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자 계파 갈등이 증폭됐다. 경선 내내 ‘방탄 출마’와 ‘개딸 정치’란 비판이 그를 따라다녔다. 대장동 비리 등 여러 의혹에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 극단적 팬덤을 정치 무기화한다는 사당화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당대표가 됐다.
지금이야말로 대선 패배 후 미뤄둔 ‘성찰’이 필요한 시간일지 모른다.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를 넘겨받은 것부터 최근의 당헌 개정을 둘러싼 잡음까지, 대선 이후 그가 보여준 정치 행보의 많은 부분이 ‘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왜 그랬는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스스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지금 우리는 정치의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제3당도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빠지는 초유의 상황을 겪었다. 원구성은 장기간 표류했고, 국회에 쌓인 현안들은 아직도 처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점입가경 내홍에 지도부 공백 사태가 계속되는 중이며, 민주당 비상 지도부가 그간 내놓은 메시지는 여전히 대선 때의 네거티브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대화와 타협이 제대로 이뤄진 게 하나라도 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이제 당대표가 선출되면서 민주당의 지도부 문제가 먼저 정리됐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야당,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을 독주하는 제1당의 수준 낮은 정치에서 벗어나도록 당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선결조건은 극성 지지층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당 기능부터 정상화하는 것이다. 팬덤 정치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기 바란다.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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