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논의에 관여한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찰의 내용이 두달 전 공표한 감사 목적 범위를 크게 넘어서고 있어, 누가 봐도 정상적인 직무 감찰로 보기 어렵다.
24일 <한겨레21>의 보도를 보면, 감사원은 지난 8월 ‘국가통계시스템 운영 및 관리’를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그 뒤 9월27일 문재인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지낸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무실을 찾아 컴퓨터 포렌식을 요구했다. 감사관은 ‘소득주도성장’ ‘소득분배’ ‘청와대’ ‘기재부’ 등의 단어가 들어간 파일을 찾았고, 강 연구위원이 제출에 동의하지 않은 연구노트 파일까지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10월5일엔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무실을 찾아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요구했다. 홍 연구위원은 통계청에 소속된 적도 없고, ‘국가통계시스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인데 감찰 대상에 포함됐다.
두 사람은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 등을 통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함께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야당 쪽이 통계청 조사 결과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패’라고 비판할 때, 통계청 조사 결과에 표본의 변화에 따른 착시가 있음을 지적했던 이들이다.
이번 감사는 그 일을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정책 연구를 두고 감사원이 연구자를 감찰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정책 연구에도 오류나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라면 먼저 새로운 연구를 통한 비판과 교정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번 감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공격해온 현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춰, ‘정치적’ 목적의 표적 감사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감사 결과도 신뢰를 얻기 어렵고, 정책연구기관 종사자들의 연구 활동을 위축시키고 연구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폐해로도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일부 인사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감사를 벌였다. 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한 표적 감사로 ‘정권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입맛에 맞지 않던 정책 연구자를 징치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면 ‘폭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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